굴러라 구르님, 김지우님의 진심이 전하는 울림
일상 속에서 스치듯 지나칠 수도 있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 속 인물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처음엔 그저 흥미로운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상이 끝날 무렵 나는 한 사람의 진심에 깊이 빠져 있었다. 자신의 불편함을 감추기보다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이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녀의 이름은 김지우, 그리고 그녀의 유튜브 채널은 ‘굴러라 구르님’이다. 처음엔 장애인 인식개선과 같은 영상을 많이 만들었다. 마치 원샷 한솔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과 거의 매일 함께하는 휠체어에 눈을 돌렸다. 그저 하나의 이동수단이었을 휠체어를 꾸밈으로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마침내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이 모든 과정을 한 명의 팔로워로서 지켜보면서 세상이 그녀를 보는 시선이 결코 따스한 눈빛만 있진 않았을텐데 그 속에서 자신의 것을 찾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주는 그 모습에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글이 작가님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있다.
장애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삶을 드러내는 유튜버
김지우 님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장애여성이지만, 그녀의 콘텐츠는 단순히 ‘장애인 유튜버’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 일상의 순간들을 솔직하게 기록한다. 그녀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장애를 특별하게 포장하기보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도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그녀의 콘텐츠를 관통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진심 어린 노력이 담겨 있다.
휠체어는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니다
‘휠꾸’라는 단어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지만, 그녀의 콘텐츠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휠꾸’, 즉 휠체어 꾸미기는 그녀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이다. 이 꾸밈은 단지 시각적인 장식이 아니라, 휠체어도 힙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주었다. 김지우 님은 휠체어를 꾸미며, 이를 통해 “나도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만의 스타일, 취향, 철학을 드러낼 수 있다는 명확한 선언이다. 그녀의 휠체어는 그녀의 삶을 함께 굴러가는 동반자이며, 동시에 하나의 캔버스이다.
유튜버를 넘어, 작가와 배우로서의 정체성
김지우 님은 단지 유튜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내면의 목소리를 책으로도 엮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라는 제목의 책은 단지 글의 나열이 아닌, 그녀가 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왔는지에 대한 깊은 고백이자 기록이다. 또한 그녀는 배우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연극 무대 위에서 관객과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전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녀의 삶은 다양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어느 하나도 그저 흘려보낼 수 없는 의미를 품고 있다.
‘디시스터즈’,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함께 담다
김지우 님은 혼자가 아니다. 그녀는 시각장애인 우령 님, 농인 하개월 님과 함께 ‘디시스터즈’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이 세 사람은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며,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들이 마주하는 다양한 현실과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이 코너는 단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콘텐츠가 아니다. 이는 명확한 메시지, 즉 “우리는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는 외침이다. 이들은 누군가의 시혜를 바라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진 주체로서 살아가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 그 경계에서 다리를 놓는 사람
김지우 님의 활동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콘텐츠의 신선함이나 독창성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종종 장애를 '특수한 것'으로 여기며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둔다. 하지만 그녀는 그 경계를 허문다. 그녀의 영상과 이야기들은 장애가 불쌍하거나 영웅적인 것이 아닌, 그저 삶의 한 방식일 뿐임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보는 이에게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하는 것 같다.
진심이 만든 힘
인스타그램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저 흥미로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녀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진심이 전해지는 사람은 어떤 수식어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김지우 님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 콘텐츠에 담긴 깊이 있는 시선,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 이 모든 것이 그녀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녀는 누군가의 동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세상을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만든다.
김지우 님은 장애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목소리이며, 하나의 가능성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말한다. 어떤 불편함도, 어떤 제약도,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장벽이 될 수 없다고. 나는 그녀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고, 그녀의 진심이 담긴 여정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김지우 님이 보여줄 이야기들이 궁금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