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브룩스(Joe Gebbia) -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이야기
몇 년 전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게 되었다. 낯선 도시에서 현지 가정집의 따뜻한 거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호스트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내가 이전에 해보지 못한 새로운 여행의 방식이었다. 호텔의 형식적인 편안함과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정서가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그때부터 나는 국내외 여행을 할 때마다 에어비앤비를 자주 이용하게 되었고, 이 플랫폼이 어떻게 이토록 탁월하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해주는지 궁금해졌다. 누가 이런 서비스를 생각해낸 걸까? 검색을 시작하면서 나는 ‘조 브룩스’라는 인물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의 창업 이야기를 접하면서 성공 신화를 넘어선 진짜 혁신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다.
1. 조 브룩스는 누구인가
조 브룩스(Joe Gebbia)는 미국 조지아에서 태어나 RISD(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의 사업가다. 처음부터 창업가로서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고, 예술과 디자인을 통해 사람과 공간, 경험을 연결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이었다. 그의 이러한 배경은 에어비앤비라는 사업 모델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사업이라고 하면 흔히 숫자와 시장 분석, 전략이 먼저 떠오르지만, 조 브룩스는 ‘사람 중심의 설계’를 기반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접하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을 매개로 하는 서비스가 결국은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생각에 깊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철학이 없었다면, 에어비앤비는 지금처럼 전 세계 수억 명의 여행자들에게 신뢰받는 서비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 에어비앤비의 시작, 불편함에서 탄생한 아이디어
2007년, 조 브룩스와 그의 룸메이트 브라이언 체스키는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도시에 열리는 디자인 컨퍼런스로 인해 호텔이 모두 만실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여기서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거실에 에어매트리스를 놓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공간을 임시 숙소로 제공해보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에어 베드 앤 브렉퍼스트(Air Bed & Breakfast)’라는 개념이 탄생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에어비앤비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아이디어로 전환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단지 불편하다고만 느끼고 지나친다. 하지만 조 브룩스와 그의 공동 창업자들은 그 불편함을 새로운 기회로 보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서비스로 만들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난 게시글에서 이야기 했던 마켓컬리도, 토스도 다 불편함에서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내 삶 속 불편한 건 무엇이 있을까, 내가 그냥 익숙해져서 지나치고 있던 건 없었을까,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3. 디자인과 경험 중심의 플랫폼 성장 전략
에어비앤비가 초기 단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 경험’이었다.
기존의 숙박 예약 플랫폼들은 다소 딱딱하고 기능 중심이었다면, 에어비앤비는 마치 여행기를 보는 듯한 감성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숙소의 사진, 호스트의 소개글, 이용 후기 하나하나가 실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이것이 신뢰와 연결로 이어졌다.
조 브룩스는 서비스 초기부터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연결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의 첫 번째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공동창업자로서 사용자의 여정(User Journey)을 꼼꼼히 분석하고 설계했다. 내가 에어비앤비 앱을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건, 작은 디테일까지 사용자를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버튼의 위치, 메시지의 문장, 후기 작성 방식 등 모든 것이 인간적인 감각을 담고 있었다. 이건 숫자만으로 설계된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사람이 만든 서비스라는 느낌이었다.
4.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글로벌 플랫폼이 되었나
에어비앤비는 단기간에 미국 내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장되었다. 현재는 100,000개 이상의 도시에 숙소가 등록되어 있으며, 수백만 명의 호스트가 활동 중이다. 에어비앤비의 성장 전략은 무작정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각 도시의 문화와 법적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고, 현지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조 브룩스는 에어비앤비의 초기 팀이 호스트를 직접 만나 사진을 찍고, 프로필을 작성해주며, 서비스 사용법을 알려주던 일화를 자주 언급한다. 스타트업이라면 흔히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처럼 여겨지지만, 그들은 하나하나의 경험을 정성스럽게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접근 방식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더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기술보다 사람, 속도보다 신뢰. 에어비앤비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드문 플랫폼이다.
5. 조 브룩스가 꿈꾸는 미래
조 브룩스는 에어비앤비를 단지 숙박 서비스가 아닌, ‘여행의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사람들이 어디서든 자신이 머무는 곳을 ‘집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그의 비전이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는 숙소 제공을 넘어 ‘체험 프로그램(Experience)’을 확장했고, 현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여행자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또한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왔다. 난민과 무주택자를 위한 임시 거주 공간 제공 프로그램, 팬데믹 당시 의료 종사자를 위한 무료 숙소 지원 등 수익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런 활동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사람 중심’의 철학에서 출발한 것이다.
나는 이런 비전을 가진 창업자가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에, 에어비앤비가 단순히 기술 기반의 플랫폼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자로서 느낀 만족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금, 나는 이 서비스를 더 신뢰하게 되었고, 조 브룩스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6. 조 브룩스에게 배울 수 있는 것
조 브룩스의 창업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지금 내 주변의 불편함은 단지 피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의 씨앗일 수 있는가. 그리고 서비스를 만들 때, 기술보다 더 앞서야 하는 건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이라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조 브룩스처럼 문제를 보는 감각, 사람을 중심에 두는 태도, 그리고 작은 경험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설계하는 자세를 가지고 싶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사라지는 이 시대에, 에어비앤비는 그 본질을 잃지 않고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단한 철학을 가진 창업자가 있었고, 그가 바로 조 브룩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