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덕후가 만든 피트니스 브랜드, 연매출이 무려 9천억 원?
– '짐샤크' 창업자 벤 프랜시스의 진짜 이야기
요즘 운동에 빠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헬스장에 가는 게 일상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운동복에 관심이 생겼다. 기능성은 물론이고, 핏과 스타일도 중요하게 여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주 접하게 된 브랜드가 바로 ‘짐샤크(Gymshark)’였다.
처음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입고 있는 모습으로 접했는데, 점점 브랜드가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신기한 건, 이 짐샤크라는 브랜드가 한국에는 아직 정식 매장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20cm에 매장 등록은 되어있지만 제품은 없다.
더 놀라운 건,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겨우 19살이던 고등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짐샤크 창업자인 ‘벤 프랜시스’는 단순한 운동 덕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를 만든 인물이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과연 짐샤크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벤 프랜시스는 어떤 선택을 통해 연매출 9천억 원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는지 알아보자
할머니의 재봉틀로 시작한 운동복 브랜드
벤 프랜시스는 1992년생으로, 영국 버밍엄 출신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운동에 푹 빠졌던 그는, 운동복에 대해 늘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은 단순한 소비자의 불만에서 그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운동복은 가격이 비싸고,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기능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벤은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짐샤크도 비싼거같은데...기분탓인가)
당시 그는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었는데, 틈틈이 헬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운동에 대한 정보도 꾸준히 수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할머니의 재봉틀을 빌려 운동복을 직접 만들기 시작한다. 부모님의 집 한쪽 방을 작업실로 바꾸고, 혼자 재단하고 봉제하며 첫 번째 운동복을 제작했다. 이 단순한 행동이 지금의 짐샤크의 시작이었다.
위탁판매로 자본을 모으고, 전액 생산 장비에 투자한 10대
벤 프랜시스는 처음부터 직접 생산을 한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는 보디빌딩 보충제와 운동용품을 위탁 판매하면서 수익을 모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이 돈으로 제품 라인업을 늘리는 데 투자했겠지만, 벤은 달랐다. 그는 번 돈으로 곧바로 스크린 프린터와 재봉틀을 구입했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운동복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이 선택은 향후 짐샤크의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초기에 구축한 것이 브랜드 성장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일반적인 10대였다면 절대 내리지 못할 결단을, 벤은 오히려 당연한 선택처럼 실행에 옮겼다.
운동 유튜버들에게 정성스럽게 보낸 첫 메시지
짐샤크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건, 유튜버 마케팅 덕분이었다.
2013년, 당시만 해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던 시절이다. 하지만 벤 프랜시스는 이미 유튜브 헬스 채널을 자주 보며 운동법을 익히고 있었고, 자신이 진심으로 팬이었던 유튜버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만든 운동복인데 한번 입어보시겠어요?” 이 한마디 메시지는 단순한 협찬이 아니었다.
영상 스타일과 채널의 분위기를 꿰뚫고 있었던 벤의 진심은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유튜버들도 제품을 단순 홍보가 아니라 애정 어린 소개로 풀어냈다. 이 콘텐츠들이 빠르게 퍼지며 짐샤크는 커뮤니티 기반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감성 전략
짐샤크는 제품뿐 아니라 마케팅 전략에서도 철저히 ‘SNS 세대’를 겨냥했다. 몸의 선을 강조하는 타이트한 핏, 트렌디한 컬러 조합, 군더더기 없는 로고 디자인 등 모든 요소가 인스타그램 감성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계정 운영 방식도 특이했다. 일반적인 브랜드들이 제품 위주의 콘텐츠를 올리는 데 반해, 짐샤크는 마치 헬스 유튜버처럼 팔로워들과 댓글로 소통하고, 유저들의 일상을 함께 공유했다. 이 덕분에 구독자 수는 나이키보다 적지만, 댓글 수나 사용자 참여도는 훨씬 더 높았다. 브랜드가 아닌 ‘친한 운동 친구’처럼 느껴졌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충성도가 급격히 높아졌던 것이다.
업계 표준이 된 ‘심리스 디자인’의 도입
벤 프랜시스의 운동에 대한 집착은 제품의 디테일에서도 드러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심리스(Seamless)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은 옷에 봉제선이 거의 없는 방식으로, 피부 자극이 줄어들고 착용감이 극적으로 좋아진다. 게다가 운동 중 몸매 라인이 드러나는 장점까지 있었다. 벤은 본인의 운동 경험에서 봉제선이 불편하다고 느꼈고, 이를 제거한 옷을 만들기로 한다.
당시에는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짐샤크의 심리스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업계 전반에서 심리스가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덕후가 만든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들어갔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것이다. 심지어 이 디자인은 운동복 뿐만아니라 속옷, 내의 등 다양한 의류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성공의 핵심은 스펙이 아닌 ‘진심’
벤 프랜시스는 엄청난 자본이나 뛰어난 인맥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의 유일한 무기는 운동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 좋아하는 마음이 할머니 재봉틀에서 시작된 창업으로 이어졌고, 헬스 유튜버에 대한 팬심으로 마케팅 전략이 됐으며, 제품의 디테일까지 집요하게 개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모든 과정이 진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그 가치를 알아봐준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지금 뭘 좋아하고 있는가?’, ‘그걸 오래도록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 진심인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오늘도 벤은 운동하고, 브랜드를 연구한다
현재 짐샤크는 전 세계 매출 9천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피트니스 의류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루루레몬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벤 프랜시스는 여전히 운동을 즐기고, 커뮤니티 속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점이 짐샤크를 단순한 브랜드가 아닌 ‘문화’로 성장하게 만든 핵심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벤 프랜시스의 성공을 운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에게는 분명한 무기가 있었다.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믿고, 계속 실행에 옮겼다는 것. 그건 돈보다 더 어렵고, 스펙보다도 가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내 삶이 멀게만 느껴지고, 뭘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온다면, 벤처럼 작은 진심에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짐샤크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성공담이 아니라, 내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영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