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을 바라본 개발자, 당근마켓 공동창업자 이야기
우리는 매일 디지털 기술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 기술이 얼마나 인간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경우는 드물다. 김재연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단순히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당근마켓의 서비스 구조와 운영 방식을 깊이 들여다보고, 김재연의 인터뷰나 발언들을 접하면서 나는 이 사람이 단순히 '성공을 꿈꾼 기술자'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했던 개발자’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의 따뜻한 시선은 단순히 플랫폼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동네라는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었고, 그것은 결국 사용자 수 3천만 명이 넘는 거대한 커뮤니티로 자라났다. 처음엔 중고거래로 시작했던 앱이 이제는 아르바이트도 구하고, 이웃간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는데 앞장서고 있다. 여러모로 각박해진 사회 속에 한줄기 따뜻한 햇살 같은 앱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1. 김재연은 어떤 사람인가
김재연은 카카오 출신의 개발자이자 기업가다. IT업계에서는 능력 있는 개발자로서 주목받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던 중 스스로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그가 주목한 것은 ‘우리 동네’였다.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이웃과 이웃이 연결되는 따뜻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수많은 디지털 서비스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얕게 만들고 있을 때, 그는 오히려 그 반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김재연이 바라본 지역은 단순한 주소지가 아니라, 연결과 신뢰가 살아 숨 쉬는 공동체였다.
2. 당근마켓의 출발점: 사기를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다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김재연은 기존의 중고거래 환경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기 사례들을 보면서, 왜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는지를 고민했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거리’였다. 익명의 누군가와 멀리서 거래를 하면, 책임감도 줄고 신뢰도 무너진다. 그래서 그는 ‘내가 사는 동네’라는 가장 작은 단위로 커뮤니티를 묶었다. 6km 이내의 이웃끼리만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저 사기를 줄이는 기술적 시도가 아니었다. 사람 간의 신뢰를 다시 쌓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내가 직접 마주칠 수 있는 이웃과 거래를 하게 되면, 말투 하나, 시간 약속 하나에도 책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다시 ‘사람의 도리를 회복하는 방식’을 구현한 셈이었다. 이건 개발자로서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참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은 그리고 깊은 고찰을 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3. 지역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동네 커뮤니티’로 진화한 것도 인간을,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김재연의 관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지역 기반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는 ‘거래’가 아니라 ‘관계’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동네생활’이라는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했고, 이곳에서는 물건을 팔거나 사는 대신, 이웃과 정보를 나누고, 질문하고, 때로는 일자리를 공유하기도 한다.
나 역시 당근마켓을 이용하면서, 지역 커뮤니티의 생생함을 느낀 적이 많다. 분실된 반려동물을 찾기 위해 수십 명의 이웃이 댓글을 달고, 누군가는 동네 어르신께 쌀을 나눠주는 이야기를 올리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명확한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도, 시스템에 의해 강요된 것도 아니다. 플랫폼 안에 ‘선한 의도’를 담을 수 있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기술이 인간성을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가능하다’였다. 그리고 당근마켓은 그것을 실현해낸 사례가 되었다. 이것이 여타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는 매우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4. 당근마켓의 성장과 그 이면의 철학
당근마켓은 지금 3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대한민국 대표 로컬 플랫폼이다. 기업가치만 해도 3조 원을 넘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당근마켓에서 강조하는 것은 언제나 ‘성장의 이유’였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돈을 쓰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마음을 나누게 하려는 플랫폼이다.” 이 말을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말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당근마켓의 운영 구조나 정책을 보면 그 방향성이 일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유저의 피로도를 높이는 광고나 상업적 노출을 최소화하고, 커뮤니티 내에서의 ‘좋은 행동’이 더 잘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점은 그가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성장만을 바라보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는 끝까지 사람이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고, 그 중심에는 '지역'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5.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로컬의 힘
한국에서 당근마켓을 성공시킨 후, 이제 그 시선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그는 “지역 기반 서비스는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외에 하나 둘씩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캐나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 진출을 시작했고, 이웃 간 연결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험 중이라고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당근마켓의 비전을 더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기능이나 콘텐츠 중심으로 접근하는 반면, 당근마켓은 지역의 문화와 정서의 힘을 믿었다. 어느 나라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서로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존재하며, 기술은 그것을 이끌어내는 수단일 뿐이라는 그의 철학은, 진정으로 보편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6.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당근마켓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기술력보다 더 인상적인 건 '사람을 향한 시선'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발자의 시각을 넘어서,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당근마켓은 그의 철학을 실현한 결과물이다. 기술과 이익, 성장이라는 단어들로 가득 찬 스타트업 생태계 속에서, 김재연은 '사람'과 '지역'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되살려냈다.
우리는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어떤 시선과 태도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김재연은 따뜻한 눈으로 지역을 바라보았고, 그 따뜻함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당근마켓은 그저 거래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관계를 위한 공간이 되었다.
김재연의 이야기는 단순한 창업 성공 사례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이 어떻게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자 결과다. 그는 눈앞의 수치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그 마음이 모여 지금의 당근마켓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는 더 많은 지역, 더 다양한 이웃들과의 연결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따뜻한 로컬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 기술의 차가움 속에서 인간의 온기를 지켜낸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 참 감사하다고 생각이 되었다.